
홍어를 처음 먹어본건 군대 체육대회때였다. 메뉴로 홍어가 나온다는 말에, 간부님이 하신 말씀 "홍어 먹어봤나? 그거 완전 회를 하수구에 푹 찍어서 먹는 맛이다." 하수구 맛? 그게 어떤 맛일까? 그렇게 궁금해 하는 사이 체육대회날이 되었고, 하수구 맛이 궁금했던 나는 겁도 없이 초장에 홍어회를 푹 찍어서 씹었다... 그리곤 홍어를 처음 먹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한참 콜록 거렸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홍어는 특히 독했던것 같다) 간부들이 웃으면서 "니는 처음 먹는다는 놈이 겁도 없이...ㅋ 고기랑 김치랑 싸서 무봐라." 하시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렇게 고기 김치랑 싸서 먹는게 '삼합'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한건, 그렇게 혼쭐이 나고서도 시간이 흐르니 홍어가 먹고 싶어지는 거였다. 마침 친구중에 홍어를 좋아하는 녀석이 있어서 그 친구가 서울만 오면 홍어를 먹으러 간다.
홍어 요리의 톡 쏘는 강도는 홍어회 < 홍어찜 < 홍어 매운탕 순서라는데, 홍어회는 이미 먹어 봐서 홍어찜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마침, 가구 골목안에 홍어찜만 30년째 하고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신당역에서 내려 가구 골목으로 들어가니 정말로 가구집만 쭈욱 있었다. 사진에 나온것 말고도 주변에 있는거까지 다 합치면 한 30군데 정도 되는 가구집이 있었다. 과연 가구 골목이구나!
가구 골목. 정말 가구집만 있다
그런데 이 식당이, 생각보다 찾기 어려운 곳에 있었다. 약도에 나온곳을 아무리 둘러봐도 안 보이는게 아닌가. 그래서 주변 사람에게 물어서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안으로 쏙 들어간 골목길에 있어서 정말 찾기가 어려웠다 ㅋ
드디어 찾았다!
이 곳은 저녁 9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땐 7시 반쯤 된거 같은데, 이미 사람들이 꽉 차있었다. 그래서 밖에서 잠시 기다려야 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홍어의 꼬리꼬리한 냄새가 풍겨나왔다 ㅋ
식당 내부는 정말 단순한 구조였다. 주방, 식탁 6개 정도, 앉는 자리가 구석에 3테이블 정도? 메뉴마저도 정말 단순했다. (삼합이 없고, 회와 찜만 있음) 한 우물만 판다는 것일까? 두 가지 메뉴만 고집하는 걸 보니, 자기들의 음식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정말 간단한 메뉴. 두 가지 말고는 없다
홍어찜 中을 먹기로 했다. 주인 할머니께선 꽤 나이가 많으신것 같았다. 이가 하나밖에 남지 않으셨다.
이 집 맛의 비결이라는 막걸리 초장. 막걸리도 할머니께서 손수 담그셨다고 한다.
조금 있으니 홍어찜이 꼬리꼬리한 냄새를 풍기며 나왔다. 크으...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냄새마저 향긋하게 느껴진다!...는건 거짓말이고 ㅋ 근데 이 냄새란게 묘하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뭔가가 있다. 홍어 매니아들은 분명 이 냄새에 이끌려서 홍어를 찾아다니는 것이겠지.
소박한 밑반찬 (막걸리는 할머니께서 직접 담그신 것. 너무 달지 않아 좋았다)
이 집 홍어찜의 특징이라면 양배추에 덮여서 나온다는 것이다. (할머니께서 양배추에 싸서 먹으라고 하셨다) 양배추와 홍어. 그 동안 삼합만 먹다가 이런 식으로 먹으니 색다른 맛이었다.
양배추에 덮여서 나온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홍어찜 한 점을 할머니께서 만드신 막걸리 초장에 푹~ 양배추로 돌돌 말아서 한입에 쏙~ 그러면 코를 타고 올라오는 톡 쏘는 그 맛! 마무리로 막걸리 한 잔~ 크으... 이 맛에 홍어를 끊지 못한다. 친구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홍어찜 한 양푼을 순식간에 거덜냈다 ㅋ
앙상하게 뼈만 남은 홍어 ㅋ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꼬리꼬리한 홍어찜 한 점과 막걸리가 땡긴다 ㅋ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와보고 싶은 곳이었다. 홍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은 가 봐야 하는 곳이 아닐지! 잘 익은 양배추와 홍어의 앙상블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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